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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엇이라도 항상 쉬운 일이다.

ivory's DevStory

2020년 '하고 싶은 말'

ivorycode 2020. 12. 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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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갈림길. 이미지출처: www.google.com

 2021년까지 열흘 정도 남은 시점에, 2020년을 마무리하는 글이 조금 뜬금없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소감을 딱 쓰기 좋은 시점이라 생각하여 좀 이른 회고록(?)을 작성하게 되었다.

 

인턴 종료와 함께 찾아온 식중독

 인턴계약이 종료된 지 벌써 1주일이 돼간다. 인턴을 종료하고 1주일은 푹 쉬겠다고 다짐했지만, 계약 종료 5일 전부터 식중독에 감염되면서 응급실에 실려가고, 혹시 몰라 자가격리까지 당해 엄청 고생을 했다. 이 식중독 때문에 회사에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도 못하였고, 블로그 포스팅은커녕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도 못했다. 시작이 중요한 만큼 끝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마지막이 너무 허접했다. 설상가상 4개월 동안 몸을 담았던 회사에 정규직 전환 지원도 탈락해서 심적으로도 아팠던 기간이었다.

 

아쉬움 많은 정규직 탈락

 말이 나온 김에 정규직 탈락 이야기를 더 해보려고 한다. 정규직 탈락 통보를 받고, 아쉬움이 너무 컸다. 일단 '내가 남들보다 잘할 수 있었는데', '내가 합격할 수 있었는데'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정말이다.) 오히려 내가 아쉬워했던 부분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내가 정말 다니고 싶고, 개발하고 싶은 서비스를 눈앞에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언제나 남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제공하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디자인일을 할 때도, 지금 개발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번 회사에서 기회가 생긴다면 내가 직접 선한 영향력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와 서비스 개선점을 고민하여 기능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아쉬운 점은 내가 업무외적인 부분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합격한 동기를 보며 배운 점이 있다. 그 동기는 열심히 개발에 대해 공부하고 궁금한 점을 공유할 줄 아며,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항상 돋보였다. 나 또한 업무 내적으로 열심히 하기 위해 노력했고, 개인적인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동기의 업무 외적인 부분은 나와 정반대였다. 나는 오로지 업무 내적인 부분에 집중하며, 회사 구성원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잘 나누지 못했지만, 합격한 동기는 내적, 외적으로도 소통의 영역이 자유롭다고 느꼈다. 가벼운 잡담이나 산책을 할 때 등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일종의 '센스'가 돋보였다. 이 부분을 보고 일만 잘한다고 해서 뛰어난 직원이 아니다는 몸소 느끼며 이런 부분을 배우고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소통을 잘 못하고 꽉 막힌 사람이라고 오해할 것 같아 미리 변명을 하자면, 인턴을 하던 당시 정말 이 회사에 다니고 싶단 생각이 너무 커서 업무 내적인 부분에 많은 집중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

 

오랜만의 휴식과 깊은 생각

 아쉬움과 식중독의 고통을 뒤로하고, 하루 이틀 정도 제대로 된 휴식을 가졌다. 먹고 싶은 것도 맘껏 먹고, 오랜만에 하루 종일 게임을 하며 시간도 보냈는데, 어쩐지 즐겁지가 않았고, 그 상태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깊은 명상을 했다. 한 해동안 어떤 일이 즐거웠고, 어떤 점이 아쉽고 슬펐는지 등 나의 '2020년 희로애락'을 회고하였다. 중간에 멍을 때 기리도 하였지만, 꽤 많은 일들이 스쳐갔더라. 작년 직장 퇴사부터 시작하여, 교육기관에서 진행한 UI/UX 퍼블리싱 공부, JavaScript 공부, 인턴 등등. 하나만 고르기엔 너무나도 소중하고 좋은 인연이 많았다. 하지만 역시 '개발 전직'이 2020년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이슈였고, 가장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유를 글로 표현하기엔 적절한 단어가 없는 것 같다. 그만큼 결정적이었으며, 즐거웠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전직을 결심한 때를 떠올리면 감정이 벅차오른다.

 

 좋았던 일과는 반대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아쉬운 점을 선택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했다. 바로 과감하지 못했다는 점. 굳이 말하면 '2020년 아쉬웠던 일'이 아니라 29년 인생 전부에 걸쳐 해당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꽤 수동적인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부모님 말씀을 병적으로 잘 들으며 공부만 하고 살았다. 놀 줄도 몰랐다. 유행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대학에 진학하였고, 디자인을 배우고 여러 직장을 오가면서 항상 과감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든다. '좀 더 놀아볼걸', '이런 행동을 해볼걸', '좀 더 많은 여행과 많은 세상을 둘러볼걸' 등 많은 후회가 남는다. 어쩌면 지난 29년 동안 나는 후회만 해온 실패 전문가라고 정리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출구를 찾기 위해 겪었던 많은 과정들. 이미지 출처: www.google.com. HMG JOURNAL

길을 찾는데 꽤 오래 걸렸습니다.

 마땅한 진로도 없이 열심히 한 학창 시절 공부, 갑작스러운 디자인과 진학, 개발자 전직까지 꽤 많은 갈림길에 들어섰었고, 꽤 오랜 시간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이 수많은 방황과 후회, 그리고 실패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나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앞으로 난 지난 '희로애락'의 시간보다 앞으로의 '희로애락'시간이 더 많이 남았음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새롭게 시작하는 이 길이 새로운 기회와 열매를 맺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티끌모아 태산',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말이 있다. 그간 겪어온 실패와 후회들을 하나씩 발판 삼아 탑을 올라가면 새로운 풍경이 기다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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