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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ory's DevStory

개발자로서의 삶, 1년

ivorycode 2021. 10. 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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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삶을 뒤로하고, 개발자로 전직한 지 벌써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정말 순식간이었던 지난 1년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개발자로서의 첫 경험은 어땠는지, 1년 동안 내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했는지 기록해보려고 한다.(글 쓰는 재주가 없어 두서없이 기록하니 양해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www.google.com

첫 직장

첫 직장에 합격했을 때가 가장 먼저 기억이 난다. 회사마다 이력서를 따로 준비하고 경험 삼아 많은 회사를 돌아다니며 면접 질문을 포함한 여러 데이터도 쌓아보고, 혼자 '면접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스스로 피드백하며 합격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었다. 그렇게 해서 총 14군데의 회사에 최종 합격하였다. 하지만, 내가 바라던 프론트엔드의 포지션을 제안한 곳은 단 한 곳뿐이었고 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일단 개발자로서 첫 직장이라는 사실에 성공적으로 전직했다는 마음에 설렘도 있었고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벅찬 감정도 함께 올라왔었다.

첫 출근을 하게 된 회사는 대기업 인적성 시스템을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인 회사였다. 원래는 오프라인으로 인적성 시험 문항을 개발하는 회사였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급작스럽게 언택트 시대가 찾아오면서 여러 기업체에서 온라인 서비스로 바쁘게 전환하거나 서비스 요청이 많아져서 개발자를 급하게 채용하고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고 했다. 회사 규모와 프로젝트 규모를 봤을 때 내가 입사한 회사는 중소기업 이상이었지만, IT 환경은 스타트업이나 다름없었고 자바스크립트를 활용하는 사수도 없었지만, 같이 의지할 수 있는 입사동기들과 시행착오를 경험 삼아 성장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 하나로 이겨내자고 다짐하면서 첫 출근을 마무리했다.

 

스트레스

입사한 회사는 SI 업체나 다름없었다. 특히 기업 채용방식이 수시채용으로 바뀌고 서비스를 요청하는 기업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회사는 점점 더 바빠졌고, 개발 업무량도 쌓여만 갔다. 이것이 개발자의 숙명이라고 느끼면서, 나는 내가 주어진 업무에만 집중하며 모르는 것은 기록해 두었다가 업무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공부하거나 퇴근 후 집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였다. 원래 성격이 궁금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끝까지 잡아 풀어내야 해소하는 성격이라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였을 땐, 이미 시계는 새벽을 가리키고 있었고 항상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곤 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내가 만든 인적성 서비스를 배포하는 날에는 '정말 내가 개발자가 되었구나!'라며 스스로가 대견하고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점점 거대해지는 프로젝트 규모와 한정된 시간은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주니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과 난이도에 조금 부담감을 느끼던 때에 같이 일하는 개발자 동기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사람들은 나와 같은 개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주니어지만, 뭔가 달라 보였다. 내가 사용하는 React.js와 Next.js는 물론 능숙하게 사용하는 여러 가지 기술 스택과 프로그래밍에 관한 깊은 지식, 그리고 유연한 리팩토링 스킬 등. 남들이 보면 '결국 주니어들끼리 비교해봐야 무슨 소용이냐?'라고 반박할 순 있다. 하지만 난 이 사소한 반박 거리도 되지 못하는 능력을 가진 기분이었다. 마치 회사를 대상으로 사기를 쳐서 운 좋게 프론트엔드 자리 하나를 꿀꺽했다고 느꼈다. 심한 위축감을 느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다

심한 위축감은 나 자신을 별 볼 일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다.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았다. 나와 함께 하는 개발자들은 프로그래밍의 기본과 지식을 모두 습득하여 자유자재로 적용하며 주위의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것이 진정한 개발자의 모습이자, 내가 본받고 실현시켜야 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와 원인을 파악하고 싶어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 내 멘탈이 문제인가?
  • 부족한 내 능력 탓인가? 혹은 근거 없는 자존심이 원인인가?
  • 너무 안일했었나? 공부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 이 불안감과 위축감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 모든 위축감은 나로부터 시작된 것이니, 문제도 나에게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여 나로부터 원인을 찾고 적용해 보려고 했다. 개인 공부가 미흡하고 그만큼 소홀히 했다 생각하여, 매일 업무 시작 1시간 전에 출근하여 인강이나 자료를 찾아서 공부하고, 퇴근 후에는 잠을 아껴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나만의 예제 코드를 코딩해보면서 차근차근 이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해소되지 못했다. 미친 듯이 나를 괴롭혀 가며 과도하게 투자한 개인 공부시간은 나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흥미를 잃어가게 했고, 내가 개발자로 전직하게 된 이유를 사라지게 하였다. 오히려 휴식시간이 적었던 탓에 실제로 건강이 나빠지기도 했다.

내가 성장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하였기에 이런 문제를 누구에게도 공유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퇴근 후 공부를 마치고 침대에 누울 때마다, 내일이 두려운 마음에 항상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지침이 계속되던 어느 날,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되었다.

  • 정말 내가 문제인가? 내가 그렇게 못났나?
  • 지식을 모두 습득해야만 진정한 개발자인가?
  • 개발을 시작하고 단 한 번이라도 당당한 적이 있는가?
  • 도움을 청해본 적이 있는가?
  •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다. 벌써부터 완벽을 추구하는 것인가?
  • 지나친 욕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좀 두서없는 말이긴 하지만, 나는 좀 완벽주의자 성격을 가지고 있다. 어긋난 일에 참지 못하고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기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는 성격이다. 개발을 하는 내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알고만 있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감당 못할 짐을 주고 있었다. 오만이었고, 그리고 이런 문제들을 동료들에게 털어놓으면서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형편없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선망하여 지켜본 동료들도 모르는 지식이 많았고, 그들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여기저기 도움을 요청한 적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문제 공유를 통해 각자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심으로 조언해주고 도와준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렇게 서로가 상호작용하여 무언가를 만들고 이루어 내는 것이 바로 개발자이자 협업이라는 사실도 배웠다. 그러니 조금 더 당당해져 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 못나거나 못해도 좋다. 느려도 좋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최선을 다하고 모르는 것을 당당히 공유하여 배우고 내 것으로 만들면 지금 내가 가진 스트레스, 지금 당신이 고통받는 그 스트레스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되고 싶은 모습

  • 개발을 왜 시작하게 되었나?
  • 개발자로서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 개발자로서 나의 목표는?
  • 인간으로서의 현재 내 모습과 고쳐야 할 점은?


나를 잠식하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위와 같은 질문을 연속해서 스스로에게 던졌다. 나는 언젠가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봉사하고 싶다는 간단하고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이 목표를 설정하고 우리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고,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하여 즐거움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이 즐거움을 다시 느끼기 위해 개발을 배우고자 결심하였고, 개발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목표를 실현하면서 개발을 할 수 있는가? 대답을 하라면, 아직은 'No'다. 지금도 모르는 것이 많고 배울 것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목표를 잠깐 유동적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지금 당장은 ‘내 실력을 키우자!’라는 조금은 정적이고 당연한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그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부정적인 생각과 그렇게 빠진 과정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약간의 취미생활과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다. 몇 년간 하지 않았던 독서를 갑자기 시작하니 잠이 쏟아지고 몇 쪽만 읽다 포기하려는 순간이 많아 일단 한 권만 독파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독파하면 다른 책을 바로 읽지 않고, 읽었던 책을 두 번째 다시 읽었다. 이때는 내가 지나쳤던 부분에 집중해서 읽었고, 마지막으로 같은 책을 세 번째 읽을 때는 내가 흥미로웠던 부분이나 글귀를 표기해가며 읽었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책과 가까워졌고 마음이 차분해지며 그간 수도 없이 많았던 고민들이 조금씩 풀어지는 경험을 하는 중이다. 이렇게 독서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면 시야도 넓어지면서 다양한 분야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지금 내가 하는 일도 좀 더 맑은 시각으로 계획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마치며

두서없이 꽤 많은 말들을 적게 되었는데, 지금도 글을 기록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부족함이 있다. 글을 좀 더 수정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글을 기록하는 동안 느꼈던 감정이나 경험을 떠올린 순간들을 지금 이대로 전달하는 게 낫겠다 싶어 수정하지 않았다. 1년 동안 주니어 개발자가 이렇게 잡다한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스스로에게 부끄러움과 해결하는 모습에 안쓰러움과 대견함도 느끼고 있지만, 이 기록을 같이 공유하면서 홀가분한 마음이 가장 크다. 이렇게라도 털어 내는 게 나에겐 좋은 방법이자 정답인 것 같다.

끝으로, 비전공자 출신의 1년 차가 된 주니어 개발자인 내가 감히, 이 글을 읽는 사람들과 나와 같은 처지의 동료 개발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로 이번 기록을 마치겠다.

여러분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날개도 있습니다. 용기 내서 다시 한번 힘차게 날개를 펼쳐봅시다.
- 나는 가수다, 서문탁 Butterfly 공연 中에서-

 

우린 모두 꽤 괜찮은 사람입니다 :)
모두 화이팅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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